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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성공 지점을 포착하는 <포지셔닝>

김익수 2009. 8. 8. 01:19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본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식이란 쉽사리 바뀌는 게 아니라, 게다가 논리로 설득되려고 하지도 않아서, 자기본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채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힘겨운 일이다.

출간 20년 기념판으로 새로 선보인(새로 선보인 건 아니다. 2001년에 출간됐으니)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은 광고나 마케팅 종사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마케팅 대가로 불리는 저자들의 명성에 걸맞게 20년 전의 진단과 예측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들어맞고 있고, 오히려 예측이 더 강화된 사례가 많아서 역시 검증된 이론(학문상으로 검증됐다는 얘기는 아니다)은 늘 약발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포지셔닝이란 단어는 초판이 발행된 80년대 초반에도 그랬겠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신문과 잡지, 그리고 경영칼럼을 많이 게재하는 기업체 사보들에서 '엄청나게 우려먹은' 아이템이다. 나도 아마 수십 꼭지는 족히 이 단어를 써가며 경영칼럼들을 썼던 것 같은데, 책에서도 언급됐듯이 개봉작 따라가는 속편 없다고 그 비스무리한 느낌을 준다. (트렌드가 지났거나 예측이 맞거나 빗나간 사례들에 좌우로 팁글을 단 정도랄까.) 하지만 오랜 세월을 관통해 예리하게 적중시킨 그 사례들이란. 그래서 우리는 늘 대가를 좇는가보다.

잭 트라우트 그리고 앨 리스가 말하는 <포지셔닝> 방법론은 이런 것이다.

1. 포지셔닝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이미 마인드에 들어 있는 내용을 조작하고, 기존의 연결고리를 다시 엮어주는 것이다.

2. 자사의 마인드가 아니라, 철저하게 소비자의 잠재 마인드를 살펴야 한다.

3. 단순화된 컨셉을 잡아야 한다.

4. 장기적으로 일관된 컨셉을 유지해야 한다.

5. 제품 또는 서비스의 이름을 포지셔닝하라.

6. 시각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청각적 마인드다. 언어적 마인드를 높여라. (제품 또는 서비스가 이런 속성 중 어느 것에 부합되는지를 살펴 시각적 매체 or 청각적 매체에 광고를 할 것인지를 살펴라.)

7. 단어가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알아야 한다.[말이 이미지보다 인식에서 앞선다. 이니셜을 써야 하는 경우는 이왕이면 두문자어(頭文字語:이니셜이 모여 낱말이 되는 경우)를 택하라.]

8. 포지셔닝은 기본적으로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강화하는 것이다.

9. 자사와 경쟁사,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다리 도표'로 작성하라.(경쟁력 비교)

10. 요즘같은 경쟁 과잉 시대에서는 리포지셔닝을 활용하라.

책 내용 중 1923년에서 2000년까지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를 열거한 부분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개 마인드에 가장 빨리 침투한 브랜드는 2위에 비해 두 배, 3위에 비해 네 배나 많은 장기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러한 관계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리딩컴퍼니의 오랜 성공 비결은 '마인드 침투' 외에 여러 요인들이 더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저자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예컨대 저자들이 부인하는 기업 내부적 요인-역동성이나 인재전략, 기업문화, 리더십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게 현대의 기업이고, 최근 경영계가 조직을 유기체에 비유하여 연구하는 트렌드도 이런 데 기인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면 광고의 한 전략이 너무 일반화되어 강조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광고의 소문난 전략이 그 명성 덕에 경영전략에까지 '포지셔닝' 되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읽으면 좋다고 생각된다.

아, 저자들이 책 말미에 밝혔듯이 <포지셔닝> 전략을 펼치려면 돈이 좀 있어야 한단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일관된 광고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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