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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끄적이는
어려서 뽀삐라는 암컷 치와와를 키운 적이 있다. 어느 날 뽀삐가 예쁜 새끼 강아지를 두 마리 낳아서 젖 뗄 때를 기다렸다가 한 마리를 이웃에 분양했다. 분양하던 날, 이웃 주민이 와서 새끼를 끌어앉자 뽀삐는 본능적으로 매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좌불안석으로 어쩔 줄 몰라하던 뽀삐의 우려대로 그날 뽀삐의 사랑스런 아기는 이웃주민의 품에 안겨 현관문을 나섰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뽀삐는 그 순간부터 열흘 가까이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현관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는데, 그 때 뽀삐의 그 슬픈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세월이 흘러 우리 아이들이 그 때 내 나이가 되었을 즈음 말티즈 한 마리를 분양받게 됐다. 공교롭게로 이번에는 내가 어릴 적 이웃 주민의 입장에서 분양받는 신세가 됐는데, 영락없..
자녀 동반 피서지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에게 맞추면 어른이 재미없고, 어른에게 맞추면 아이가 재미없어 하는 갈등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찾게 된 곳이 최근 오픈한 리솜스파캐슬. 아이들 물놀이와 성인을 위한 스파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홍보문구에 뒤도 안돌아보고 가속패달을 밟았죠. 충남 예산군 덕산면은 본래 온천으로 유명하죠. 리솜스파캐슬은 바로 그 온천에 아이들 물놀이 시설을 접목한 겁니다. 리조트 형태로 콘도는 회원이 이용 가능하고, 일반인은 천천향 스파_물놀이 시설을 선착순으로 입장,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 위에 Master Blaster라고 쓰인 곳 보이죠? 저기서 2천원을 내고 2인1조로 튜브를 타고 내려오면 요 아래 Pool로 떨어집니다. 아이들이 저 위에서 내려올 때는 '캭~~'..
포스코 광양제철소 강의를 겸해 순천만과 한려수도 남해시, 하동 섬진강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여유있는 오로지 나 자신과의 여행이어서 더더욱 운치 있고 멋스러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순천만 나들이는 연인 또는 자녀 동반 나들이로 제격이고, 남해는 여유있게 돌아보려면 당일치기로는 부족하고 이틀 정도 잡아야 합니다. 남해여행 시에는 반드시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 하실 것을 권합니다. 주변의 아름다운 섬들과 해안의 풍광을 놓칠 수야 없지요. ▲ 순천만 갯펄 입니다. 아시다시피 생태계의 보고(寶庫)죠~ ▲ 갈대숲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이렇게 코스가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자녀 또는 연인과 함께 걷기에 더없이 운치 있는 장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순천만 갈대숲은 여름엔 이렇게 푸릇푸릇 합니다. 갈대..
셋째를 낳지 말고 입양하자는 이야기를 아내와 한 적이 있는데, 사람은 아니지만 갓 50일을 넘긴 귀염둥이 새 식구가 우리 가정에 합류했다. 이름하여 똘이. 갖은 애교로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똘이가 반려동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매너리즘(자기관리 잘 못하면 이런 거 찾아온다)에 허덕이며 만사 귀찮아 하고 있을 무렵, 글쓰기를 가르치는 내 개인홈피가 이 틈을 타 문을 닫아걸었다. 주인이 시원찮으니 제 딴에 알아서 외부 빗장을 걸어잠근 것이다. 내친 김에 학교 강의도 그만 두겠다 선언하고 한 해를 넘겼다. 그 사이 머리를 식힐 겸 강원도 일대와 바다를 두루 돌아봤다. 상념의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돌고돌아, 그렇게 긴 터널을 막 지나려고 할 무렵, 스스로 문을 닫아 건 내 글쓰기 홈피가 절로 문을 열었다. 누굴까, 빗장을 풀어 문을 연 사람이. 순간 머리에 떠오른 한 사람. 아내였다. 늘 조용히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긴 터널을 빠져나올 때까지 다소곳이 기다렸다 다시 몸 ..
만약 영혼이 있다면 왜 아무런 말이 없는가 만약 영적인 존재라서라면 왜 나타나지도 않는가 누구든 죽음을 거친 영혼이라면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을 터 그는 왜 침묵하는가 그는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아침 운동으로 빨리 걷기를 하는 곳이다. 저 잔디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를 돌면, 약 2분 동안 250 걸음을 걸을 수 있다. 하루 만 보를 채우려면 약 40바퀴를 돌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진상으로 우습게 보여도 빠른 걸음으로 열 바퀴 정도 돌면 겨드랑이에 땀이 찬다. 땅만 보고 걷는지라 40 바퀴를 돌려면 다소 인내가 필요하다. 음악을 듣거나 MP3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캐나다에서 하루 만 보 걷기가 중간 정도의 운동강도보다 산소 섭취량이 낮게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연구결과가 맞다면 그냥 걷는 것만으로는 운동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걷더라도 힘들다 싶을 정도로 빨리 걷는게 좋다고. 일주일에 다섯 번은 빨리 걷기를 하고, 두 번 정도는 산행을 해서..
놀아달라는 둘째녀석을 뒤로 한 채, 10시간째 거의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봤다. 심술이 난 녀석이 급기야 나를 묶어놓고 말았다. 손이 닿지 않는 절묘한 위치에 매듭이 있어서, 담배를 피우러 배란다를 나갈 때 의자를 들고 나갔다는...
유전자가 심술을 부리면, 아이가 부모를 골고루 닮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심각하게 진화되도록 놔두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빠와 엄마가 만날 때, 우성인자가 열성인자를 심하게 두들겨 패서 우성 동무들만을 남겨 놓거나. 천성적으로 맷집이 좋은 둘째가 첫째와 집안에서 태권도를 했다. 연령 차이가 나는지라, 겨루기를 하면 으레 둘째가 샌드백이 될 수밖에 없는데, 타고난 맷집에다 타고난 성격 탓에 둘째는 오히려 맞는 걸 즐기는 눈치다. 대신 줄창 얻어맞다가도, 그 굵은 뼈대로 엄마의 얇은 뼈대를 물려받은 지 형을 한번씩 들이받는데, 그럴 때면 중1짜리 첫째는 영락없이 '병신'이 된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치고받고 장난을 치던 첫째가 갑자가 달려와서는 새끼손가락이 휘었다고 울상이다. 동생이 걷어찼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