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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끄적이는
돌아보면, 그 시기가 참 중요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나에게 기억의 파편은 이때부터 조합되어 남아있다. 그 이전의 기억은 드문드문,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영롱하기가 그지 없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 뒷칸에 올라타고 생경한 도시에 정착한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서울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같은 시기를, 지금 둘째가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내 눈에는 마냥 어리게 보이지만, 내면과 막 맞딱뜨리기 시작하던 오래전 나와 같이, 이 녀석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하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필름이 Shift 되며 큰 반전을 일으키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급작스런 성장기의 변화는 내내 기억에 ..
80년대 초만 해도 배드민턴은 서민들의 유일한 운동인 경우가 많았다. 이제 막 열기가 불기 시작한 프로야구로 아이들의 관심이 옮아갔을 때도 가족애를 확인하는 아주 좋은 운동이었기 때문에(별달리 할 운동도 없었다) 아침마다 이불 개고 골목으로 나와 파리채 흔드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머리가 조금 클 무렵, 나도 배드민턴 채를 집어던지고 야구로, 축구로 관심종목을 옮겼지만, 그래도 이따금 누이와 여동생과 어울리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이따금 부모님과도 '파리채'를 휘둘렸는데, 지금도 그 호탕하고 시원스런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청명하게 들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가족단위 운동은 그래서 운동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어제 뜻하게 않게 좋은 공터를 발견한 터라 오늘 아침 운동은 진작부터 배드민..
이달 들어 아이들과 아침운동에 나섰다. 자칫 방학 중 늘어질까 염려된 부분도 있지만, 새로 시작한 가족 독서모임의 연장선 상에서 가족愛를 좀 더 늘려야겠다는 취지에서다. 아침 운동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큰아이 친구 중섭이와 함께 가는데 나를 이모부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나이에 비해 사려 깊고 배려심이 커서 지후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있다. 큰 인물이 될 놈이다. 비온 다음에 가재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고, 계곡도 아닌 작은 실개천급 또랑에서 뭘 잡는다는 건 더더욱 가재를 비웃는 처사지만,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가재네 집을 노크하기로 했다. 역사나 가재네는 모두 땅밑으로 기어들어갔는지 꼬랑지조차 보여주질 않았고, 우리는 씨익 한번 웃고는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아마 가재가 웃었을 것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