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독서노트 (12)
내맘대로 끄적이는
리처드 도킨스가 도발적인 책을 냈군요. (The God Delusion). 흥미롭게도 유신론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살펴볼 수 있는 7점 척도의 이정표가 제시돼 있군요.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체크해 보시죠. 1. 강한 유신론자.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100% 확신함. 2. 확률이 아주 높지만 100%는 아님. 사실상 유신론자. "신을 굳게 믿으며, 신이 있다는 가정 하에 산다." 3. 50%보다 높지만 아주 높지는 않음. 기술적으로는 불가지론자지만 유신론에 기울어져 있음.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신이 있다고 믿고 싶다." 4. 정확히 50%. 철저하게 불편부당한 불가지론자. "신의 존재와 비존재는 확률상 똑같다." 5. 50%보다 낮지만 그리 낮지는 않음. 기술적으로 불가지론자지만 무신론 쪽에 ..
스펜서 존슨의 은 다들 읽어보셨겠지요? '행복'이란 키워드의 감성편지를 쓰다가 스펜서 존손의 도서 평을 했던 기억이 나서 글 링크를 올립니다. http://news.kyobobook.co.kr/it_life/specialView.ink?sntn_id=124 아직 안 보신 분들... 행복을 위해 일독해 보시지요.
뇌 과학 분야가 사회적 관심을 끈 적이 있을까 싶다. 요즘 이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자면 그런 새로운 트렌드를 실감케 한다.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되면 슬그머니 숟가락 얹는 위인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준비 안 된 작가들이랄까. 은 그런 작가들에게 경종을 울려준다. 인지, 인식, 생각, 마음, 정신... 뇌의 이런 작동 기제를 밝히는 데는 그동안 생물학이나 신경과학 쪽 지식이 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천문학과 물리학, 인지과학, 해부학, 인류학, 심리학 등 해박한 지식이 총동원 된다. ETRI의 책임연구원이 오랜 독서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고 천문과 우주,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전문가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그 해박한 지식에 혀가 절..
우리 시대의 냉철한 감시자가 한 명 있다면 방송인 손석희가 꼽힐 것이다. MBC 이나 라디오 을 시청취한 사람이라면 그가 예리하게 날선 감각으로 패널들을 해부하는 장면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은 이런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방송인 손석희의 모습만이 아닌, 그의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저자가 손석희, 그인줄 알았다. 저자가 그가 아닌 제3의 인물이라는 것은, 보다 객관적인 위치에서 그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언이라는 간접이해 방식에 머물러 있으므로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듣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인물을 조망하는 작가들은 대개 이런 장단점 사이에서 장점의 요소에 무게중심을 둬 주인공에게는 책이 집필중이라는..
올해 뇌과학 책들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글쟁이의 한 사람으로, 지각과 인지, 생각,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의 생물학적 기제를 눈으로 확인하고자 많은 책들을 읽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 로 이미 알려진 사카토 켄지의 저작으로 최근 뇌과학 출간 붐에 맞춰 발빠르게 책이 나왔기 때문에 뇌과학 분야의 비전문가가 이렇게 빨리 뇌와 메모를 접목시켜 책을 냈단 말인가, 하는 놀라움과 호기심에 얼른 사서 봤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아주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른바 글쟁이라면 이론적 뼈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독자에 대한 예는 갖춰서 책을 내야 할 게 아닌가. 본인의 말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뇌과학 관련한 책들을 무수히 봤다고 했는데, 그런 증거가 도대체 책 어디에 있단 말인가..
는 제목만 보고 집어든 책이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생태학적 학습풀이가 어떠한 지 궁금하기도 했던 차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책은 쉽게 쓰여졌다. 우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기가 더 쉬울 것이다. 자기계발서들이 '읽기 쉬운 구성'에 초점을 많이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러한 범주에 있어서 조직학습이나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또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 '자세'부터 교정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기를 권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생태학적인 풀이보다 생물학적인 풀이를 기대했다. 아무래도 깊이가 더 있을 테니까. 기업과 조직을 자연과학의 측면으로 풀이하려는 시도는 사실 오래됐다. 하지만 이론서가 아닌 대중서로 국내에 출간되기 시작한 것은 근래 들어 일이라고 할 ..
인지신경과학자 메리언 울프가 쓴 (살림, 2009)는 한 마디로 '독서 자연사'를 다룬 책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인간이 진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독서를 하게 됐는지, 뇌는 문자를 보고 글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는, 이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은 독서 유전자를 어떤 기제로 받아들여 작동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섣부른 철학으로 풀어낸 책이 아니라, 독서에 관계된 생물학적 과학지식을 밑바탕에 깔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된 책이라, (내 생각엔) 죽어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위인들이 본다면 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챙겨서 꼭 보시라. 특히 유치원생을 포함해서 저학년 선생님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무엇을 지각하고 인지했을 때, 뇌가 그것을 어떤 ..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본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식이란 쉽사리 바뀌는 게 아니라, 게다가 논리로 설득되려고 하지도 않아서, 자기본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채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힘겨운 일이다. 출간 20년 기념판으로 새로 선보인(새로 선보인 건 아니다. 2001년에 출간됐으니) 잭 트라우트의 은 광고나 마케팅 종사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마케팅 대가로 불리는 저자들의 명성에 걸맞게 20년 전의 진단과 예측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들어맞고 있고, 오히려 예측이 더 강화된 사례가 많아서 역시 검증된 이론(학문상으로 검증됐다는 얘기는 아니다)은 늘 약발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포지셔닝이란 단어는 초판이 발행된 80년대 초반에도 그랬겠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신문과 잡..
앎을 안다는 것은 지금까지 줄곧 철학적 질문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 해답은 늘 근거력이 떨어져서 앎을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만족해야 한다. 칠레의 대표적인 생물학자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는 이런 고민을 단숨에 풀어준다. 나아가, 인간의 정신와 인지적 사고의 기제가 무엇인지 너무 속속들이 밝혀내서 독자를 당혹케 한다. 이 책은 신앙의 정반대편에 있는 자연과학의 접근법을 고스란히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과 진균, 원핵생물과 진핵생물 등 생물5계의 출현과정을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해 뚜렷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태양계와 은하계의 생성과정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이런 거대한 역사의 자연표류(저자는 '선택'이 아닌 '표류'라는 단어를 쓴다.) 속에서 인간이 구조접속의 과정을 ..
어떤 사람은 진실을 좇고 어떤 사람은 성공을 좇는다. 삶의 철학에 따라,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예컨대 누군가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웬지 거부감이 든다. 권력의 법칙이 그런 책이다.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것은 진실이고, 결국 살아남는 자만이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가 이긴 자들의 기록이라면, 권력은 그들의 힘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권력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 이기기 위해, 나아가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 벌이는 게임이다. 은 이런 속성을 아주 치밀하고 정교하게 해부한다. 너무나 세밀하게 권력의 속성을 해부해서, 마치 인체 해부학 시간을 처음 경험하는 학생처럼 구토를 할 지경이다. 철저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