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끄적이는
<책 읽는 뇌> 우리 뇌는 어떤 방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일까? 본문
섣부른 철학으로 풀어낸 책이 아니라, 독서에 관계된 생물학적 과학지식을 밑바탕에 깔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된 책이라, (내 생각엔) 죽어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위인들이 본다면 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챙겨서 꼭 보시라. 특히 유치원생을 포함해서 저학년 선생님들은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무엇을 지각하고 인지했을 때, 뇌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는 진화생물학에서 많이 다뤘다. 하지만 인류가 만들어낸 최대의 히트 발명품 중 하나인 문자와 관련해서, 뇌가 물체를 인지하던 기존 회로를 재사용하고, 나아가 사고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어 스스로 발전적인 생성체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사실 저명한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나 <앎의 나무>의 저자 움베르또 마뚜라나의 견해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나 진화생물학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 몸이 자기생성체계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런 메시지가 달리 새롭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독서하는 뇌'만 따로 추려서 이렇게 멋들어지게 논리적으로 풀어낸 책은 아마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난독증 아들을 둔 한 엄마의 애정어린 오랜 연구결과라고 보기엔 그 성과물이 대단하기 그지 없다.
한 사람의 글쟁이로서, 글쓰기 강사로서 문자와 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익히 알고 있는 터이지만, 영어로 superspecialization에 해당되는, 특화의 특화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의 유전자가 신경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메타체로서 뇌가 어떤 방식의 상호작용을 거쳐 글을 인지하고 이해하는지는 늘 관심거리였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준 보고서였다. 책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나는 이 책을 봄으로써 기존에 형성되지 않았던 새로운 두뇌회로를 조금 더 개발했을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인간은 DNA라 불리는 유전자에서 시작해 뉴런이 둘러싸고 있는 신경유통지점인 시냅스와 회로를 거쳐 신경구조, 그리고 지각 및 운동작용, 언어 프로세스의 과정을 거쳐서야 글자를 보고 지각하는 행동단계에 이른다. 우리는 이 과정을 늘상 역순으로 행하지만 유전자단계에서부터 역추적을 하면 이런 프로세스가 형성된다. 책은 이 5단계의 프로세스를 '독서 행위 프로세스'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이런 인간 구조 분석을 토대로 독서를 할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핀다. 이에 따르면 정상 뇌의 경우 독서를 할 때 좌뇌가 활성화돼야 한다.(후두엽과 측두엽이 늘 활성화되지만, 이 중 후두엽과 전두엽이 가장 크게 활성화 된다. 후두엽은 시각작용을 받아들이고 측두엽은 언어인지, 분석 작용에 관여한다. 참고: 언어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다르다.)
그런데 독서에 장애를 겪는 이른바 난독증의 경우는 후두엽과 측두엽이 가장 크게 활성화 되고, 더불어 우뇌가 활성화 된다는 것을 브레인 스캐닝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여러 과학적 근거들을 통해 난독증의 경우 정상과 달리 우뇌 측두엽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 것은 좌뇌가 활성화 되지 않는 반대급부라는 점을 진단하면서, 한편으론 난독증이 세상의 오해와 달리 아주 창의적이고 공감각적인 능력이 뛰어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물론 진화적으로는 어떤 이유로든 좌뇌에 관련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탓이지만.) 참고로 난독증을 가졌지만 창조적으로 성공한 위인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이 있다.
난독증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 것 외에 또 한 가지 충격적인 것은, 글을 배울 때 밟게 되는 일련의 독서 프로세스-음운론적 프로세스, 의미론적 프로세스, 통사적 프로세스, 형태론적 프로세스, 화용론적(담론적) 프로세스, 개념화 프로세스-에 있어 학습 순서를 제 때에, 제대로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나 말을 처음 알아듣게 되면 이후 말과 글의 대응관계를 단어를 통해 처음 배우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아이는 서서히 '독서 회로'를 생성해 나가게 된다.(말과 달리 글은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넘겨받는 정보가 없다.) 그러니까 독서를 통해 우리가 지각한 정보를 기억하고, 유추하고, 분석하고, 기획하고, 통찰하는 능력 등은 순전히 후천적으로 개발된다는 얘기인데, 어려서부터 이런 문식성을 잘 계발해두면 독서발달 정도에 맞춰 두뇌 시스템이 점차 통합되고 동기화되어 점점 유창한 독해력과 연관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글을 배우는 아이들의 경우 음소인지(Phoneme awareness, 음소: 음성학적으로 단어의 최소 단위, ex: cat -> /c/a/t/)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마더구스(mother goose) 방식이 좋다고 하는데, 이른바 두운과 각운 효과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참고로 3살 즈음부터 이른바 '네이밍 스피드'라고 불리는 물체/글자 이름 빨리 맞추기 테스트를 통해 음운론적 분석과 언어학적 능력을 테스트 할 수 있는데, 이 테스트는 성인을 대상으로 난독증 여부를 체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한번씩들 해보시라.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
p.s: 마인드 맵핑으로 핵심 내용을 요약한 파일이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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