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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끄적이는
어릴 때 반공 교육을 받던 기억이 난다. 반공은 줄곧 미술시간 포스터의 정해진 주제였는데, 그때마다 김일성은 정말 괴수일 거라고 생각했다. 뿔 달린 거대한 돼지...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치고 이런 포스터 그려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머리가 커서 권력과 이데올로기, 그 연장선상에서의 역사를 알게 되고 보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배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어느 학자의 말처럼 권력의 속성에 따라 움직이는 역사의 진실, 그 양면성은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관념형태’ 또는 ‘의식형태’로 번역되기도 하나 원어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상이나 관념형태의 내용을 순수하게 내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이데아적 견..
영국인 칼럼니스트 마이클 브린이 삼성을 풍자한 문장이 포함된 칼럼을 썼다가 삼성으로부터 소 제기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이후 브린은 총 네 차례에 걸쳐 사과를 하고서야 소송 취하를 받았고, 이후 자신의 칼럼에는 문제가 없으며 삼성이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모양이다. 브린이 쓴 글에는 MB나 가수 비, 삼성전자가 풍자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의 풍자는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이재용 부사장의 사진을 나눠주며 이건희 회장 사진 옆에 두라고 지시했다는 것으로, 프레시안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 김정일 세습체제를 빗댄 것이란다. 삼성이 브린을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브린이 한국법이 허용하는 풍자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익의 80%가 해외에서 발생되고 있..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국감장에서 개그맨 김구라 씨를 방송에서 빼라고 한 게 이슈가 됐다. 결론적으로 이런 뉴스가 현재 우리나라의 이슈거리라니 참 창피스럽다. 재미있게도 이런 이슈가 뜰 때면(이른바 언론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등장하는 경우) 이 분야 고수들이라는 언론학 교수님들은 너무도 조용하기만 하다. 목소리를 내야 할 곳에 제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참견해서 좋을 게 없다는 세상의 처세가 그들의 행태를 가로막은게지. 진성호 의원이 김구라에 대해 한 마디 한 뒤로, 여느때처럼 진중권씨가 그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이쯤되면 네티즌들은 양편으로 갈려 사이버상에서 2차전을 벌이게 되니까, 양 당사자로서는 어떤 경우든 손해볼 일이 없다.독설과 막말이 인기에 도움이 되는 세상이니 오히려 세간에 인지도만 더 올라가..
전직 대통령 서거로 우울한 시국에 인터넷에 난데없이 진중권 겸임교수 글이 올라와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대충 살펴본 바로는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카이스트에 이어 중앙대 겸임교수, 뒤이어 홍익대 강단에서 본의 아니게 쫓겨나게 됐다는 것이고, 학생과 일부 지식인들이 이에 항의하는 형국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진중권 교수를 잘 모른다. 단지 글을 쓰고 의사소통과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글과 방송을 통해 그의 면면을 볼 뿐이다. 게다가 디테일한 정치적 사안에는 관심이 없어서 국사에 대해 그가 일희일비하는 사유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내가 본 진중권 교수는 세상에 알려진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쓴소리를 잘 하지만 독설도 포함된, 여기에 여론의 속성도 잘 아는 그런 위인에 속한다. 큰 범주로..
흑백 텔레비전을 보던 시절, TV를 보는 낙은 낙, 그 이상이었다. 특히 바보상자 속에서 우스꽝스런 몸동작을 보여준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는 무한한 상상력과 독특한 재미를 선사해서 어린 동심을 한없이 유혹하곤 했다. 엇비슷한 시기, 가끔씩 마을 공터에 차력이나 서커스를 하는 장사꾼들이 와서 한나절을 즐겁게 해주곤 했는데 이른바 회충약 장사꾼들이었다. 약장사는 우스꽝스런 얼굴 화장과 광대 복장으로 일단 혼을 빼놓고, 돌덩이도 척척 깨부수는 차력으로 박수를 유도한 다음, 약간의 서커스로 공연을 절정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는 며칠 세수도 하지 않았을 아이 하나를 불러내 허리춤에 덜렁 매달고는 엉덩이를 훌쩍 까뒤집어 그 길고 징글맞은 회충을 엉덩이에서 꺼내 보여주곤 했다. 신기하게도 회충은 마치 공연이 끝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