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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끄적이는
흔히 말장난을 하면 실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죠. 하지만 대개 이런 말은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활성화 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유머는 비논리적이지만 반전된 이야기로 웃음을 유도하고, 갑자기 터지는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비논리적인 스토리에 대한 뇌의 작용이 건강에 좋다면 위트 넘치는 문장이나 공감이 묻어나는 글도 정신건강에 매우 이로울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비논리적이거나 어처구니 없는 글들에 '어이없다' '어이없음' 등의 표현을 즐겨 쓰는데, 공감 문장이나 호감 문장에 붙이는 찬사의 유행어는 없는 것 같군요. 여기에 한 가지 제안을 하면 '어의쿠'(語意쿠)라는 표현이 어떨까 싶네요. 말에 뜻이 없다고 할 때 쓰는 '어의(語意)'에 아이쿠!와 같은 식의 각운의 추임새를 ..
논리, 형태, 규칙, 구조, 이 모든 것들이, 물론 각각 강조하는 점은 서로 다르지만, 수학과 유머에서 모두 필수적이다. 유머에서는 논리가 뒤집히고, 형태는 왜곡되며, 규칙들은 잘못 이해되고, 구조는 혼동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계에서는 반드시 의미를 가지며 이루어진다. '제대로 된' 논리와 형태, 규칙 그리고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주어진 이야기에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그 외에도 수학과 유머는 둘 다 경제적이고 명쾌하다. 따라서 수학적 증명의 아름다움은 많은 부분 그 우아함과 간명함에 달려 있다. 조잡한 증명은 엉뚱한 사고를 이끌어내면서 장황하고 우회적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농담도 어설프게 말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상세히 ..
One Page Proposal 원조 P&G ‘보고서 아닌 메모’ 중시 이른바 “한 쪽으로 보고하라”는 One Page Proposal에 대한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 요약 보고 문화는 전광석화 같은 산업 및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무엇보다 업무 신속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동안 보고를 마무리 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니 스피드를 요구받는 직장인들의 업무보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한 게 아닐 것이다. One Page Proposal의 핵심은 한 마디로 “핵심만 간단명료하게!” 보고하라는 뜻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실 기업 내부에서 ‘핵심내용’이 주로 필요한 계층은 업무파악 빈도가 높은 임원급 이..
리비아 정부의 한국 외교관 추방 사건이 뒤늦게 불거졌다. 관련해서 리비아 언론은 이미 지난 6월 관련 보도를 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해 지금껏 보도를 자제토록 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언론이 뒤늦게 엠바고를 깨고 리비아 외교관 추방 사건을 보도한 것은 정부가 엠바고 유효기간을 종료시킨 때문이 아니라 트위터에 이 내용이 올라와 더 이상 엠바고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전세계를 뒤엎고 있는 요즘같은 세상에 정부와 언론이 엠바고로 합작해서 쉬쉬하고 있었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위키리크스 기밀폭로 사건과 비교해 국내 언론의 알권리 차원 보도가 너무 소극적인 것 아..
나는 무슨 일 처리를 할 때 순차적을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천성적으로 이 일 했다, 저 일 했다, 그렇게 하질 못합니다. 게다가 한 가지를 붙들면 끝장을 봐야 속이 풀립니다. 이런 성격 탓에 학창시절엔 시험공부를 요령껏 하지 못했죠. 나는 태생적으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받지 않은 일엔 도무지 관심이 없습니다. 주위에선 이런 저를 보고 관심 있는 일에만 매달린다고 합니다. 나는 누군가의 강요나 그에 따른 주입에 본능적으로 반발합니다. 게다가 창의적인 일이 아니면 곧잘 싫증을 내지요. 그러나 주위에선 저를 보고 때때로 독선적이거나, 괴팍하다고 말합니다. 나는 천부적으로 수학보다는 인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숫자에는 관심이 없지만, 철학이나 지혜를 주는 통찰의 지식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를 ..
유난히 확성기 소리가 크게 들리는 이번 선거도 이제 투껑을 열어제칠 시간이 됐다. 미디어마다 편향된 보도로 이번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때도 없지 않았나 싶다. 정부의 천안함 발표 진실 논란은 지금까지 언론의 주된 테마이면서 편향보도의 방편이 되고 있고, 그 여파로 반공에 대한 목소리 내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주의란 정파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로 편이 나뉘어 상호 견제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언론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세계적 미디어들도 정치적 편향성이 심하지 않은가. 오히려 사회적 그런 견제적 매체들로 인해 더욱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조직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들이 전체를 구성하는 생물체와 닮아있다. 만약 기업이 유기적으로 작동되는 구조화된 생물체를 만들 수 있다면, 또 그 안에서 내·외부 환경과 효과적으로 관계하면서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분명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갖게 될 것이다. 그 유기적 화합의 달성을 가능케 하는 감성 커뮤니케이션의 작동 원리를 들여다보자. 글_김익수 / 라이터스 대표이사, 칼럼니스트 감성 커뮤니케이션 단상 #1 전통적으로 기업은 조직을 다루는데 있어 예측 차원의 전략분석과 관리 차원의 통제를 쌍두마차처럼 활용해 왔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경쟁적이고 예측이 불투명해서 이렇게 시나리오를 구성하지 않으면 생존과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 오랜 상식이었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이런 ..
"세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사는 것이다." 을 내면서 표지에 삽입한 글인데 이런 교훈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횟집을 운영하는 노부부의 식당에 어느 날 40대 손님이 찾아들었다. 조개구이를 주문해서 소주 한 병은 비운 그는 맨 마지막으로 불판에 올려지려던 딱 하나 남은 조개가 죽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분이 상했던 그는 즉시 주인을 불러 어떻게 죽은 조개를 팔 수 있느냐며 해물이 싱싱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는 계산도 하지 않고 식당을 나가려고 했다. 때마침, 옆에서 술을 마시던 젊은이가 이를 보고는 괘씸했던지 '유전취식'으로 손님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달려왔고 결국 고성이 오가며 세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게 됐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휫집 주인이라면 어떻게 하..
인간은 똑똑하게 진화해 왔지만, 재미있게도 한 번에 일곱 가지 이상의 정보는 머리에 저장하지 못한다. 전화번호가 일곱 자리인 것도 아마 그 때문인지 모른다. 인간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의 정보를 무시하고 선택적으로 단순하게 정리해서 받아들인다. 선택적 인지다. 이 의도된 인지는 자신이 구축한 정신적 모형에 의해 주어진 상황에 작동되는데 교육이나 경험 등이 이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인간이 학습을 통해 고도의 진화를 계속해서 꾀한다는 것은 그래서 인류 역사를 통틀어 놀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제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사고영역에 갇히기도 한다. 이른바 고정관념이다. 안 좋게 얘기하면 아집과 고집이다. 아집과 고집은 구조화 된 시스템에 의해 일종의 모..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다. 아쉽게도 발사 8분여를 남겨두고 발사가 중지됐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하늘로 날아올라 위성이 지구 상공을 아주 통쾌하게 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모두가 아쉬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실패'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으려 한다. 발사가 중지되자 생중계하던 방송사들은 너나 없이 발사 실패냐 아니냐를 놓고 전문가들 의견을 들었고, 전문가들은 모두 '실패는 아니다'고 말했다. KBS에서는 앵커가 "발사 실패...." 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주변에서 "실패는 아니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단어는 본래 독립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의미를 이야기 할 때는 단어에 그 기능을 넣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용상의, 문맥상의 의미를 따지는 것이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