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끄적이는
슬림한 보고문화, 업무에 군살을 뺀다! 본문
One Page Proposal 원조 P&G ‘보고서 아닌 메모’ 중시
이른바 “한 쪽으로 보고하라”는 One Page Proposal에 대한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 요약 보고 문화는 전광석화 같은 산업 및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무엇보다 업무 신속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동안 보고를 마무리 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니 스피드를 요구받는 직장인들의 업무보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한 게 아닐 것이다.
One Page Proposal의 핵심은 한 마디로 “핵심만 간단명료하게!” 보고하라는 뜻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실 기업 내부에서 ‘핵심내용’이 주로 필요한 계층은 업무파악 빈도가 높은 임원급 이상이다. 보고서가 책상에 쌓일 정도라면 핵심 위주로 맥락을 파악해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1쪽 보고서는 그래서 초창기에는 ‘보고서’가 아니라 수 분 만에도 작성이 가능한 ‘메모(memo)’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One Page Memo의 대명사는 1930년대 P&G(Procter & Gamble)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P&G가 강조하는 것은 1페이지로 보고하라는 것이 아니라, 1페이지 이하로 작성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1페이지보다 작은 1/2페이지로 작성됐다면 더 잘 작성됐다고 본다. 핵심이 간결하면 간결할수록 좋다는 의미이다. 물론 작성 원칙이 있다. 작성원칙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되는데 첫째, 제안 아이디어를 한 문장으로 제시하라 둘째, 수긍 가능한 상황 정보를 제시하라. 셋째, 어떻게 이것을 처리할 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담아라. 넷째, 이것이 조직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밝혀라. 다섯째, 실행계획은 무엇인가 등이다.
P&G의 One Page Memo는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면 내용이 핵심중심으로 잘 반영됐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P&G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의 1쪽 보고서를 잘 살펴보면 그 형태에서 국내 기업과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는 P&G 등이 텍스트 중심 기술(메모 중심)이라는 데 반해 국내 기업은 상당히 비주얼을 따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P&G의 1쪽 보고서는 제목과 항목명(중간제목)만 볼드(bold)로 지정돼 있고 본문은 단문 위주로 기술될 뿐 불필요한 도표나 하다못해 라인(line)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국내 기업의 1쪽 보고서는 텍스트 중심 기술이 답답하다고 생각해 도표나 그래프 등 차트를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해야 ‘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텍스트 중심의 문서 소프트웨어가 아닌 프레젠테이션용 파워포인트 문서로 보고받는 경향이 커서 비주얼 중심 보고를 부채질하기까지 한다. 이렇다 보니 텍스트 중심의 외국계 기업에 비해 문서작성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고 문서를 보고받는 피보고자도 핵심논리보다는 직관에 의해 판단하게 되니 문서가 잘 설명되지 않았다고 인식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One Page Proposal 경향과 문제점
국내 기업들이 ‘요약보고’를 강조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다. 이후 ‘1쪽 보고서’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한다는 이유로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됐고 청와대와 산업단지공단, 파주시청 등 정부부처 및 관공서, 그리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그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확산된 방식은 외부 전문가를 초빙, 일차적으로 실습을 포함한 교육을 받고 별도로 명쾌한 논리적 사고훈련을 위해 사내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등인데, 문제는 이런 보고문화 개선이 전사적 의사소통 진단을 통한 실행이 아니라 부문 또는 부서 차원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피보고자의 주된 계층인 상위 직급은 프로그램에서 대개 제외된다는 것이다. 보고하는 법 못지 않게 보고받는 법도 중요한 것이고, 보고자는 1페이지라도 상황과 내용 전체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선결된 상태에서 핵심을 짚는 능력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포스코가 A4 용지를 가로로 2단 구성한 사실상 1페이지인 2page proposal을 하고 있고, 삼성과 LG, SK, 두산 등은 세로 기준의 1페이지 보고를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인트라넷 내에서 2페이지로 보고할 경우 아예 접수가 되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1page 보고체제를 갖췄다 2page 보고체제로 변경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중 어느 기업도 보고문서에 만족스러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그 원인은 너무 간단하다.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체 중에서 핵심(맥락)을 짚는 능력과 그것을 쉽게 표현하는 능력, 딱 이 2가지가 필요한데 직원들이 이것들을 충족하기 위한 하부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평상시 논리적・종합적 사고가 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또 한 가지는 One Page Proposal을 하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전술한 대로 불필요한 데 신경쓰지 말고 P&G처럼 핵심 메시지(Key Massage)에 집중하는 것이다.(끝)
* SK그룹사보 게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