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끄적이는
수학과 유머의 공통점 본문
논리, 형태, 규칙, 구조, 이 모든 것들이, 물론 각각 강조하는 점은 서로 다르지만, 수학과 유머에서 모두 필수적이다. 유머에서는 논리가 뒤집히고, 형태는 왜곡되며, 규칙들은 잘못 이해되고, 구조는 혼동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계에서는 반드시 의미를 가지며 이루어진다. '제대로 된' 논리와 형태, 규칙 그리고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주어진 이야기에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그 외에도 수학과 유머는 둘 다 경제적이고 명쾌하다. 따라서 수학적 증명의 아름다움은 많은 부분 그 우아함과 간명함에 달려 있다. 조잡한 증명은 엉뚱한 사고를 이끌어내면서 장황하고 우회적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농담도 어설프게 말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경우 또는 부자연스럽게 유추에 의존할 때 유머를 상실한다.
<수학 그리고 유머>, John Allen Paulos
논리학, 언어학과 함께 수학은 형식과학에 속한다.
옆방 친구와 우연히 수학에 관계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개받은 책 한 권은 여태껏 글쟁이들이 비켜가던 수학적 논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수학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극도로 간결하다'는 것이다.
극도로 간결해서 좋은 점은 심플해서 좋다는 것이고, 극도로 간결해서 나쁜 점은 설명이 전혀 없거나 극도로 생략돼서 사전지식이 부족하면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직장인들 대상으로 비즈니스 라이팅에 대해 숱하게 강의하면서도 수학공식과의 연관성을 언급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보고서의 그 심플한 정도라는 것이 딱 이 둘의 중간 정도면 좋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간지러울 만큼 심플하면서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정도.
어떤 내용이 간결하다는 것은 '그 만큼의 이해를 충족할 그 만큼의 문식성(Literacy)'을 필요로 한다. 만약 문식성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간결할수록, 어렵게 쓰였을수록, 복문이 사용될수록, 의미가 에둘러 표현되었을수록, 사안이 복잡할수록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내용이 간결한 경우도 자간과 행간 사이의 의미를 충분히 유추할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함축된 만큼 그것을 이해할 최소한의 문식성을 요구받는다.
윗글은 이런 간결함의 정도에 대해 말하면서도 어떤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규칙이나 구조 등) 최소한의 Literacy가 수학이든 유머든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생각하면, 눈 감고도 보고서를 쓸, 경력이 많은 직장인들이 여전히 보고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 간결함 사이에서 메시지 발신자와 수용자 사이의 문식성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중학교 때 배운 기초적인 메시지 논리구조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전혀 설득적인 문장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