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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실패'에 대한 표현

김익수 2009. 8. 20. 07:09

나로호 발사가 실패했다. 아쉽게도 발사 8분여를 남겨두고 발사가 중지됐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하늘로 날아올라 위성이 지구 상공을 아주 통쾌하게 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모두가 아쉬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실패'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으려 한다. 발사가 중지되자 생중계하던 방송사들은 너나 없이 발사 실패냐 아니냐를 놓고 전문가들 의견을 들었고, 전문가들은 모두 '실패는 아니다'고 말했다. KBS에서는 앵커가 "발사 실패...." 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주변에서 "실패는 아니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단어는 본래 독립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의미를 이야기 할 때는 단어에 그 기능을 넣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용상의, 문맥상의 의미를 따지는 것이다.

나로호는 발사 직전에 발사가 중지된 것이니까 실패는 아니다, 는 표현은 맞다.
하지만 실패라는 것은 어떠한 일을 잘못하여 일이 그르치게 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굳이 어휘를 따지지 않더라도 나로호는 발사에 실패했는가, 아닌가?
실패하지 않았나. 모두가 이 사실을 안다.

하지만 애써 '실패'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는, 또 언론이 필요 이상으로 그것을 확인해가며 실패는 아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국민의 감정을 생각한 처사이다. 그러니까 단어는 그 본래의 뜻이나 내용상의 의미와도 관계없이, 떄로는 정서적으로도 달리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로호가 발사에 실패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나로호는 바로 어제(19일) 발사되는 데 실패했다. 이 표현은 맞다. 게다가 언론 보도를 보면 인간이 버튼을 눌러 인위적으로 발사를 중지한 게 아니라, 자동화된 소프트웨어가 발사를 중지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러니까 나로호는 어제 발사되는데 실패된 게 확실히 맞다. 다시 말해 어제 발사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다시 그 발사체를 발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좀 뒤로 연기된 것 뿐이니까 실패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 표현도 맞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좋게 봐주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표현은 이렇 때 쓰일 수 있겠다. 하지만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이든, 우리 사회가 실패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맞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발사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것이 기회가 되어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그래서 훗날 꼭 성공할 겁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니까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원래 긍정과 부정은 한 쌍이다. 긍정으로만 발달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fact는 fact대로 인정하자. 사실에서 fact를 찾는 언론이 어째 이럴 때는 의미에서 fact를 찾을까. 혹시 국민을 사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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