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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고객 다스리는 어느 식당 주인의 글쓰기

김익수 2009. 8. 30. 00:55


"세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사는 것이다."

<1분 자기경영>을 내면서 표지에 삽입한 글인데 이런 교훈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횟집을 운영하는 노부부의 식당에 어느 날 40대 손님이 찾아들었다. 조개구이를 주문해서 소주 한 병은 비운 그는 맨 마지막으로 불판에 올려지려던 딱 하나 남은 조개가 죽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분이 상했던 그는 즉시 주인을 불러 어떻게 죽은 조개를 팔 수 있느냐며 해물이 싱싱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는 계산도 하지 않고 식당을 나가려고 했다. 때마침, 옆에서 술을 마시던 젊은이가 이를 보고는 괘씸했던지 '유전취식'으로 손님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달려왔고 결국 고성이 오가며 세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게 됐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휫집 주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현명한 장사꾼이라면 노드스트롬이 그랬던 것처럼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다음, 조용히 손님을 돌려보냈을 것이다. 이 횟집 주인도 이렇게 행동했다. 옆자리의 청년은 이 까탈스러운 손님이 뭔가 다른 일로 기분이 나빴던 것을 엉뚱하게 횟집에 와서 분풀이를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업에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소한 일로 매장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보다 식당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우리가 알고 행동하는 것은 대부분 이 단계까지다. 세계적인 기업의 고객만족 사례들도 이 단계에서 멈춘다. 그런데 이 노부부는 재치를 발휘해 즉시 하나의 문안을 만들어 에어컨 앞에 큼지막하게 붙여놨다. 그것도 아주 유머러스하게 작성해서.

오탈자가 포함된 이 안내문은 일부러 그렇게 쓰여진 것이다. 왜? 재미있으라고 그랬다는 게 식당주인의 말이다. 가만히 보면, 미안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니 사과문의 형식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손님들은 "이 식당은 해산물이 싱싱하지 않은가보다."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적어놓으면 "참 재미있는 식당이네." 하는 생각이 든다. 안내와 설득까지도 넘어 또다른 플러스 효과까지 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는 고객대응 매뉴얼에서 찾기보다 이렇게 지식이 아닌 지혜에서 찾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이런 식의 writing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면서 총성고객까지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좋은 글은, 전문적인 글은, 고객을 움직여야 하는 글은 전문가들의 범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혜는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지식보다 지혜가 더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글쓰기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우고 학습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

이런 글은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위즈덤한 글은 그래서 단지 눈이 아니라 마음까지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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