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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손석희 스타일> 닮고 싶은 시대의 인물

김익수 2009. 9. 27. 00:57

 우리 시대의 냉철한 감시자가 한 명 있다면 방송인 손석희가 꼽힐 것이다. MBC <100분 토론>이나 라디오 <시선집중>을 시청취한 사람이라면 그가 예리하게 날선 감각으로 패널들을 해부하는 장면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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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스타일>은 이런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방송인 손석희의 모습만이 아닌, 그의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저자가 손석희, 그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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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그가 아닌 제3의 인물이라는 것은, 보다 객관적인 위치에서 그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언이라는 간접이해 방식에 머물러 있으므로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듣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인물을 조망하는 작가들은 대개 이런 장단점 사이에서 장점의 요소에 무게중심을 둬 주인공에게는 책이 집필중이라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집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도 그랬으리라 집작해 본다. 행여 손석희가 집필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관여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

결론적으로 이 책은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 달인 손석희의 면면을 이해하는 데, 또 잘못 인지됐을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차갑고 냉철하고 도전적이기만 한 줄 알았던 한 인물이 알고 보니 배려있고 가슴 따뜻한 인물이더라는, 어찌 보면 스타덤에 오른 인물을 조망한 책들이 비스무리하게 밟는 전형적인 패턴의 구성이지만 우리 시대의 자랑할 만한 몇 안 되는 인물의 속성을 들여다 보는 재미는 무척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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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담론을 무게에 치우치지 않고 다룬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방송 일이란 것이 그렇지만 특히 생방송은 그 특유의 긴장감 때문에 타고난 순발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대처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데 그가 매번 냉철하고도 차분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그만의 원칙과 삶에서 터득한 올곧은 상식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400회 이상 진행된 <100분 토론>을 진행하고 나서는 새벽에 이어질 <시선집중> 때문에 매번 방송국 야전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사실은 프로 가운데 프로다운 그만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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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책은 자간과 행간을 통해 그가 어떻게 그 냉철한 상황 인식 능력과 토론 조율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도 소개한다. 때문에 이 책은 스피치 학습생이나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학습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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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는 내내 사람들이 손석희에 열광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냉철한 기자정신? 고집스런 원칙 고수? 영향력이 얼마가 됐든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인터뷰이에 임하는 태도? 세련된 토론 진행 능력? 시대정신
?

물론 이런 점들이 모여 그의 카리스마를 결정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다 덮었을 때 느낀 것은 세월과 관계없이 소처럼 우직한 성실성과 근면성, 진정성, 이런 것들이었다. 외연의 스킬에 그치는, 그래서 자신의 커리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공중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인기에 눈 먼 방송인이 아니라바탕이 된 소신있는 인물이니까, 그런 모습으로 일관되게 공중을 대신해 주니까,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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