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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키드 뉴스 철수… 차우, 당신은 한국 네티즌들한테 차인거야~

김익수 2009. 7. 30. 15:10
사업철수로 임금이 체불된 네이키드뉴스 앵커들 ⓒ네이키드뉴스 자료화면

2004년 여름, 당시 엄기영 앵커가 여름 휴가를 간 사이, 그 자리를 최일구 앵커가 메웠다. 이 짧은 순간, 최일구 앵커는 재기 넘치는 유머로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구었다. 유머 섞인 애드리브를 선보인 것뿐인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저희도 저녁에 만두 시켜 먹었습니다.”

일본 사람들 말이죠. 우길 걸 우겨야죠.”

“LG 밥솥 쓰시는 분들, 지금 당장 모델 확인해서 빨리 바꾸시고 5만원도 받아가세요.” (압력밥솥 폭발사고 보도)

“7호 태풍 민들레가 홀씨가 되어 소멸되었습니다.”

 

네이키드 뉴스 국내 상륙 파장이 이 정도 됐을까? 아마 더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내 론칭 한 달. 네이키드 뉴스가 결국 문을 닫았다. 가입회원 26만 명 중 유료회원 3만 명 만으로는 운영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네이키드 뉴스가 문 닫는다는 소식에 뜬금없이 최일구 앵커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공짜로 얻는 재미돈 주고 얻는 재미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구매 속성은 확연하게 다르다. 네이키드 뉴스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을까.

 

국내에서 컨텐츠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게다가 뉴스로 이익을 낸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존 차우 회장이 국내 컨텐츠 산업에 대해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듯이, 국내에서 컨텐츠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은 정해져 있다. 게임, 영화, 음반, 애니메이션과 같은 이른바 오락성이다. (이 중 음반은 이미 한 차례 파장을 겪은 바 있다.)

 

물론 네이키드 뉴스는 자극성이 강한 오락 뉴스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어정쩡하다. 앵커들이 옷을 확실하게 벗는 것도 아니고, 뉴스를 다루는 저널리즘 영역에서 한국 언론을 능가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어정쩡한 속살과 어정쩡한 저널리즘 사이에 낀, 그야말로 시험대에 올려진 사이트였을 뿐이다.

 

아마도 차우 회장은 사이트가 론칭하자마자 대박이 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일본에서도 잘 나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한국은 컨텐츠에 대한 지불문화가 외국과 아주 다르다. 일본의 경우는 아직도 인편으로 수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사업은 잘만 된다. 소비자들의 컨텐츠 지불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은 까닭이다. 반면 한국은 이런 식이면 도망갈 사람 천지다. 오히려 조금 수고해서 웹서핑을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컨텐츠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색이 인터넷 강국의 네티즌들 아닌가.

 

한국 시장에서 출판, 뉴스, 지식, 리포트이런 류의 컨텐츠는 유료로 돈 벌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 전문가친구들로 소문났던 X-Pert가 그랬고, 이후 인포그루, 노무라증권연구소 등이 그랬다. 노무라증권연구소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그 양질의 보고서를 가지고도 판매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미국계 거대 신디케이션 모델이 들어왔지만 소비자들은 그들의 유통마진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 조금만 수고해서 원천 컨텐츠를 모으면 되는데, 굳이 돈을 더 주고 신디케이션 서비스를 받는단 말인가.

 

온라인이 대세인 상황에서, 뉴스는 속성상 유료화가 어렵다는 것을 한국 사람들은 다 안다. 어쩌면 차우만 이 사실을 몰랐을 지 모른다. 알다시피 국내 포털에 등장하는 뉴스는 언론사가 포털로부터 비용을 받는 b2b 방식이지, 네티즌을 상대로 과금하는 방식이 아니다.(그랬다가는 당장 망한다)

게다가 네티즌들은 포털 메인에서 헤비한 정보는 웬만해서 클릭하지 않는다. 영화, 드라마, 스포츠, 그리고 사건사고 등 이른바 흥미성’ ‘자극성기사들만 골라서 클릭한다. 그러니 언론사들도 트래픽 유발을 위해 이른바 낚이는 기사를 전면에 배치할 뿐이지 그것으로 돈 벌 생각은 없다. 대신 이로 유발된 트래픽으로 2차적인 다양한 웹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싶어한다. 오죽하면 국내 언론의 수익모델은 로펌을 통한 저작권 단속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정리하면 국내 뉴스는 트래픽 유발을 위한 낚임용 뉴스이고, 점잖게 얘기하면 낚임용 상업 저널리즘이지 그 자체로 수익모델은 될 수 없다. ? 돈 주고는 절대 뉴스를 안 보거든.

 

뉴스 그 자체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이미 굳어진 상식이다. 사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매체가 일부 유료 서비스로 재미를 본 적이 있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다. 경기침체까지 겹쳐 이제는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주는 간섭에 기대고 있는 형국이다.

 

나는 네이키드 뉴스가 최일구 앵커처럼 확실하게 무료로 관심을 끌고, 2차적으로 수익이 될 다른 서비스를 론칭해서 돈을 벌 궁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컨대 성인 인증을 거친 네티즌을 대상으로 벗는 뉴스를 모두 공짜로 보여주고, 그로 인해 유발된 트래픽과 2차 서비스로 영업을 했다면 승산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어쨌든 네이키드 뉴스가 철수함으로써, 한국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컨텐츠로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또 하나의 선례만 남기게 됐다. 여성앵커들이 최일구 앵커처럼 스타가 되지도 못한 채.

어쨌거나 차우, 당신은 한국 네티즌들한테 단단히 차인거야~! 그러게 낚시질 좀 잘 하시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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