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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성인사이트 저작권 침해소송... "반성 좀 하자"

김익수 2009. 8. 14. 10:32


미국 일본 등 외국 성인사이트 운영자들이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 영상물을 올린 헤비 업로더 1만여 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동안 문란하기 그지없던 국내 인터넷 상의 저작권 무지행위를 성인 영상물 제작업체로부터 지적당했다니 창피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저작권 인식은 내가 봐도 최하위 수준이다. 한마디로 개념이 없다. 현재 네티즌과 언론은 외국 성인사이트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고 오히려 불만을 터뜨리는 양상인데 이 또한 무지한 소치다.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

그들이 돈벌이를 하건 말건, 남의 저작권을 도적질 했다는 것은 법을 떠나서도 도덕적으로 국가적으로 아주 망신스런 일이다. 어떤 이는 그런 성인용 영상물까지 저작권을 보호해줘야 하느냐고 따지고 드는데, 당연히 보호되는 표현물이다.

저작권이란 그것의 가치는 따지지 않는다. 전혀 쓸모 없는 쓰레기 같은 것도 저작인격권이나 저작재산권이 형성된다. 굳이 가치를 따져 저작물을 판단한다 하더라도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 올리고,  본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 것들을 수집하고 모아두고서 야금야금 본단 말인가
.

참고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도 음란물의 경우 법으로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법이나 형법과 충돌하는 경우 등에서 그 법적 보호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지(계약효력 등), 저작물의 방어권은 인정해준다.  따라서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는 배포 금지의 권리를 갖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음대로 해킹해서 도적질 해도 괜찮게? 또 한가지, 미국의 경우는 저작권을 일반 하위법률과 동등하게 보는 우리나라와 달리 표현의 자유를 상위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 유명한 수정헌법 1조를 보라
.)

국내에 외국 야동이 이리저리 떠돌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나는 이만하면 저작권자들이 오히려 많이 참은 것이라고 본다. 지금 와서 저작권 단속을 하는 그들의 속내야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진작에 저작권 단속으로 돈을 주기적으로 벌 심산이었으면 정기적으로 단속을 해서 이득을 챙기지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벼르고 벼른 것이다
.

그들의 속내가 무엇이든, 그건 저작권 침해자들이 논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저작물을 허락도 득하지 않고 마음대로 훔쳐서 보거나 돈벌이를 했다는 것이고(이거 아주 치사한 일이다), 그것이 국가적으로 망신을 사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국내 언론들도 저작권 침해자들 감싸는 보도행태는 안 하는 게 좋다. (국내 언론들도 뉴스저작권 단속으로 '돈벌이' 하고 있지 않은가?) 이보다는 저작권 인식에 무지한 네티즌과 일부 몰지각한 장사치들을 이 기회에 계도해서 올바른 저작권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현재 국내 인터넷상의 정보들은 저작권 침해 정보들로 득실거린다. 최근 들어 글 하단에 저작권 표식을 하는 등 계도 문화가 생기고는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있어야 하고, 단속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활동이 필요한 것은, 규모 있는 기업이 아니고선 사실상 개별 차원에서 저작권 단속 활동을 하기 힘들거니와, 세계 10위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지 않은 전근대적인 법상식을 확실히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 개개인도 저작권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를 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난달에 책을 한 권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기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세상에, 책 머릿말 격의 글이 필자가 2004년 <비즈니스 글쓰기의 기술>을 펴낼 때 쓴 글이 아닌가. 글쓰기 책이 글쓰기 책을 표절하다니. 도대체 이런 놈의 세상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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