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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화합시키는 감성 커뮤니케이션 본문
조직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들이 전체를 구성하는 생물체와 닮아있다. 만약 기업이 유기적으로 작동되는 구조화된 생물체를 만들 수 있다면, 또 그 안에서 내·외부 환경과 효과적으로 관계하면서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분명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갖게 될 것이다. 그 유기적 화합의 달성을 가능케 하는 감성 커뮤니케이션의 작동 원리를 들여다보자.
글_김익수 / 라이터스 대표이사, 칼럼니스트
감성 커뮤니케이션 단상 #1
전통적으로 기업은 조직을 다루는데 있어 예측 차원의 전략분석과 관리 차원의 통제를 쌍두마차처럼 활용해 왔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경쟁적이고 예측이 불투명해서 이렇게 시나리오를 구성하지 않으면 생존과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 오랜 상식이었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이런 패턴은 복잡계 경영이론을 정의한 랄프 D. 스테이시의 말처럼 편차상쇄 순환고리에 의해 관리가 가능하다. 온도계에 의해 작동되는 가정의 보일러처럼 온도가 일정 구간을 상회하거나 이하가 되면 통제 시스템이 작동돼 온도를 안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조직은 이런 패턴 하에서 내부에 비전과 규범, 조직문화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기업을 관리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십에 의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이런 온도계 순환고리는 단기적 상황에서만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쟁적 변화가 심한 장기적 상황에서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편차상쇄 순환고리에 의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작동되기 때문에, 창발적 소통과 사고를 통해 변화와 혁신, 화합을 일으키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조직을 유기적인 소통체계로 만들어 보다 이지적이고 신뢰 기반적이며 탄성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구축하는데 장애가 된다.
근래 들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보다 우뇌를 특히 자극하는 감성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기업이 신경을 많이 쏟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사실 우리 뇌는 좌우 반구로 나누어진 체제에서 특정한 상황에 한쪽의 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판단, 의미분석 등은 좌뇌가 담당하고, 공감적적이고 상징적인 행동은 우뇌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브레인 스캐닝(Brain Scanning) 촬영 장비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인지 또는 행동을 할 때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신경다발이 교량적으로 관여한다.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보면 감성의 우뇌형 인간이라는 것은 우뇌 발달 정도와 함께 이 뇌량의 발달 정도를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인간은 학습을 통해 이 ‘교량세포’의 부피를 인위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는데 예컨대 어릴 때의 음악 연주는 뇌량의 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감성 커뮤니케이션 단상 #2
최근 조직을 유기체에 비유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해 감성 커뮤니케이션에 접근하면 이런 뇌 과학적인 지식이 배려와 신뢰, 이해에 기반한 상호작용적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은 경험칙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주어진 상황을 기존에 학습된 뇌 회로를 재활용해 풀어나간다. 업무 처리방법을 고민하고, 동료와 소통하고, 고객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행위들은 이런 자신의 인지적 범주에 국한되고, 그것은 다시 조직이 정한 문화와 룰에 의해 제한된다. 따라서 이런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고착화되고 관행화 되면 될수록 조직은 경직된 패턴의 소통체계와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갖는 단점은 기존의 뇌 회로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이다. 이런 경우는 새로운 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조성되어 새로운 뇌 회로를 자극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이는 곧 경쟁에서의 도퇴를 의미한다.
우리가 좌뇌 기반의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만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는 이런 생물학적 풀이로 아주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보더라도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작용을 한다. 어휘를 다루는 곳은 좌뇌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우뇌는 감성에 관계된 배려나 신뢰, 양보, 타협, 호감, 관심, 여백의 고찰 등 지식이 아닌 지혜의 측면에 복합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뇌가 이렇게 좌뇌와 우뇌 양쪽으로 나뉘어 균형감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은 아마도 이런 지혜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서 자칫 아집과 고집으로 귀착될 수 있는 면면들을 스스로 교정하라고 한 것인지 모른다.
감성 커뮤니케이션 단상 #3
조직에는 문화가 존재하고 조직 내의 개별 구성원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안팎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간다. 사실 이런 메커니즘은 유기적 환경과 비슷한 것이다. 유기적이라는 말은 전체 속의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생명체 같은 것을 말한다. 이것은 상호 의존적 상태를 전제로 한다. 자연에서는 이를 상호작용이 아닌 섭동작용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내부간 또는 내부와 외부간의 관계가 주기적으로 피드백의 과정을 밟는 상태를 일컫는다.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마치 조직이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이렇게 유기적으로 호흡하고 작동하는 의사소통 체계이다. 이 경우 조직의 관리자는 지시자나 통제자가 아니라 조율자가 된다. 일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이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다양한 소통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조직원은 통제된 범위 내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하는 일방향식 패턴에서 토론과 학습, 창의적 발상과 확장된 사고를 자체적으로 해나가면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관리자는 이러한 활동이 단지 공상에 그치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해 주기만 하면 된다.
조직 내에서 이렇게 탄력적인 소통의 화합 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변화하는 세상에 맞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과제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이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획득한 조직이 갖는 최대의 경쟁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 시장의 거대 기업이 된 구글은 내부적으로 이런 감성적 조직문화가 활성화 돼 있다.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당구를 치며 근무시간의 20%에 해당하는 시간을 업무와 관련 없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풍토는 분명 새로운 발상과 자유로운 대화, 상상을 가능케 할 것이다.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개방적 환경의 소통체계를 만들어 조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환경 조성을 포함한다. 한 마디로 조직 차원에서 감성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열정을 자극해주는 것이다.
아울러 조직원들 간에 수평적이고 다양한 소통 및 토론 풍토가 조성되도록 장치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감성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장착시키는 첫 단계에서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뿌리내리도록 해 나와 다른 의견은 모순이 아니라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러한 차이의 결과로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도 도출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조직이 이러한 개방적 감성 마인드를 고루 갖게 된다면, 이 놀랍고 변덕스러운 변혁의 세상에 맞서서도 충분히 변화와 혁신을 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화합과 조화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렇게 조직이 유기적 생물체처럼 감성으로 코드화되고 상호 연결돼 창의적으로 작동되면 되는 것이다.(끝)
* 삼성전자 사보 기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