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끄적이는
마음이 상쾌해지는 ‘칭찬의 기술’ 본문
모 TV 채널 중에 극성스럽게 말을 안 듣는 아이를 ‘개선’시키는 프로그램이 세간에 인기다. 신기하게도 전문가만 투입하면 아이의 태도가 180도로 싹 달라지는데, 그 마법같은 지도법에 경의가 표해질 정도다. 아이를 키워본 어머니들이라면 ‘미운 7살’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텐데, 요즘은 성장이 빨라 ‘죽이고 싶은 4살’이라는 말이 돈단다. 육아의 가르침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엿보게 한다.
전문가들이 아이를 지도하는 방법을 잘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아이를 단지 철부지로만 보면, 지도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참기 힘든 상황에서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지시어를 쓰게 되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체벌이 들어간다. 감정이 폭발해 이성적으로 아이를 지도할 한계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처럼 아이를 존중하게 되면 여러 가지 효과적인 처방을 얻어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칭찬의 기술이다.
칭찬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내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 관점이 중요하다. 위계관계가 존재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칭찬을 구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상대와 상황을 있는 그대로,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틀바꾸기(프레이밍: Framing)를 우선 알아야 하고, 실천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럼 칭찬 기술 몇 가지를 들여다 보자.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김 대리, 수고했어.” 이런 식의 두루뭉수리 한 칭찬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 상투적으로 들리기 때문에 와 닿지 않는다. 이보다는 “김 대리, 이번 프로젝트를 아주 꼼꼼히 준비했더군. 정말 마음에 들어.” 이런 식이 훨씬 듣기 좋다.
대중 앞에서의 칭찬은 조심스럽게
정치인 같이 권세가들의 칭찬법은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사자 혼자만 듣는 칭찬은 때에 따라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특정인을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1명을 칭찬하면 99명의 적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조직 내에 칭찬받는 사람을 질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의 칭찬은 차분한 정도여야 한다.
조건부 칭찬은 금물
조건부 칭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 대리는 성실하기는 한데….” 이런 식이다. 이런 칭찬은 전혀 효과가 없다. 앞말은 흘리고 뒷말만 듣게 되기 때문에 아예 칭찬 하지 않은 만 못하다. 뭔가 지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요령이 필요하다. “김 대리 성실성은 우리 회사 모범이야. 마음에 들어. 일정관리만 조금 더 꼼꼼히 하면 아주 금상첨화겠는 걸.” 이런 접근이 보다 효과적이다.
주기를 염두에 넣어라
듣기 좋은 말도 자주 들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몸에 좋은 약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칭찬도 주기를 잘 맞춰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론상으로 칭찬 효과를 가장 극대화 하는 방법은 예상치 않은 시기에, 예상치 않은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기가 너무 뜸하면 곤란하다. 따라서 주어진 상황과 여건을 잘 살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노련함을 갖춰야 한다.
꼭 선물일 필요는 없다
칭찬이라고 해서 꼭 선물을 주거나 이벤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선물은 마음이 드러나는(진심이 묻어나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언어나 행동에서만 묻어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언어적 요소가 더 오감을 자극하고 설득을 유발하다. 신뢰가 느껴지는 시선, 편안한 인상, 몸짓…. 말 한 마디 하지 않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엔도르핀이 돌면 칭찬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끝)
2009.8
글: 김익수 (라이터스 대표이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