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끄적이는
리더의 소통법 본문
현 정부가 야심차게 선보인 키워드는 ‘소통’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위정자 및 국민들과 소통을 잘 했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독재’니 하는 과거 5공화국 때나 들어봤음직한 어휘들이 일각에서 튀어나온다. 이쯤 되면 소통은커녕 대화도 힘들어진다.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수십 년을 피부를 맞대며 산 부부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파경을 맞는 경우를 곧잘 목격하지 않는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대화가 줄어들어 문제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소통에 대해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아마도 조직의 리더가 될 것이다. 출신환경과 성향이 제각각인 직원들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소통의 전제가 되는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져도 도무지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대화의 양과 관계없이 벽창호처럼 중간에 서로를 가로막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리더와 조직원이 서로 교통하지 못해 뜻을 같이 하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생각 자체가 다른 경우다. 리더가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주장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납득하지 못하면 결론에 이르기 힘들다. 이것은 프레임의 문제이거나 경험칙의 문제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전체를 조망하지만 조직원은 전문화된 영역 내에서 판단하므로 인식 틀 자체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화의 양을 늘리고 설득의 요건을 강화시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는 리더의 생각을 조직원이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다. 이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조직원이 리더를 신뢰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나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 하는 선별의 문제가 아니라 불신의 문제이므로 대화로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심리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경우다.
셋째는 조직원이 자기 보존적(self-maintaining) 행동을 취하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웬만한 외부환경의 변화나 압력에도 끄떡하지 않고 버티려 하기 때문에 외생변수와 관계없이 변화나 혁신의 메시지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성향의 문제이므로 거꾸로 리더가 이런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대개 이런 경우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넷째는 지적 정보의 편차에 기인한다. 지식수준에 차이가 있거나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달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문제가 있지만 교육이나 대화의 양을 늘려 해결할 수 있다.
모름지기 조직 내부에서 소통이 가장 잘 이루어지려면 십자(+)형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리더의 생각과 뜻이 중간관리자와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변형되지 않고 전달되고, 부서와 부서간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도 오류가 없어야 일사불란한 소통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십자형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잘 형성된 곳은 군대와 같은 획일적 조직이다. 리더의 명령이 모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약속된 언어로까지 행해지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소통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소통의 과정에서 조직원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리더는 이런 십자형 커뮤니케이션의 장단점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의 지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신뢰와 대화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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